한국의 수능 영어는 국내 고등학생에게만 어려운 시험이 아닙니다. 실제로 영어가 모국어인 원어민조차 수능 영어 문제를 보고 당혹감을 느낄 정도로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수능 영어가 단순한 언어 시험을 넘어, 언어 논리력과 한국식 출제 방식의 함정을 동시에 시험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본 글에서는 영어 원어민도 이해하기 힘든 수능 영어의 문제점을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1. 복잡한 문장 구조와 불필요한 어휘 사용
한국 수능 영어는 영어 본연의 실용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문 속 문장 구조는 지나치게 길고 복합적이며, 정작 원어민들도 일상생활이나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현과 구문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수능 지문에서 등장하는 ‘It is not until ~ that ~’ 같은 표현은 문법적으로 맞지만 일상 대화나 원어민이 선호하는 글쓰기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고난도 어휘라 여겨지는 단어들이 지문 속에서 연달아 등장하면서 독해에 걸림돌이 됩니다.
원어민조차도 이러한 단어들을 전문 분야 문서나 학술지 외에는 접하기 어렵습니다. 즉, 실생활과 거리가 먼 문장 구조와 어휘 선택이 수능 영어를 ‘비현실적인 언어 시험’으로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런 스타일은 영어 능력을 실제로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보다는, 수험생이 얼마나 익숙한 문제 패턴을 암기하고 분석해 낼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원어민은 문장을 직관적으로 읽다가 오히려 답을 잘못 고르거나 문제의 ‘출제자의 의도’를 놓치기 쉽습니다.
2. ‘정답 유도형’ 문제 구성과 출제자의 의도 찾기
수능 영어는 단순한 독해 능력을 넘어서 출제자의 ‘의도’를 맞히는 시험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예를 들어, 보기 중 두세 개가 문맥상 모두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출제자의 시각에서 가장 ‘의도에 부합하는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이는 언어 능력보다는 정답을 골라내는 ‘한국형 문제 풀이 스킬’을 요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방식은 원어민에게 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자연스럽게 문맥을 따라가며 독해하지만, 수능 문제는 이런 직관적인 접근이 통하지 않습니다. 결국 원어민도 문제의 ‘패턴’을 학습하지 않으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또한 수능 영어는 지문을 중심으로 하는 문제 외에도 문장 삽입, 순서 배열, 어법 찾기 등 인위적인 문항 유형이 포함돼 있어, 실제 영어 실력과 무관하게 시험 기술이 우선되는 구조를 강화합니다. 이는 언어의 본질보다 시험의 형식에 집중하게 만들고, 언어 교육의 방향성을 왜곡시키는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3. 실제 소통 능력과 괴리된 평가 방식
수능 영어는 독해와 듣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는 글로벌 표준 영어 시험(TOEFL, IELTS 등)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언어는 본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수능 영어는 실제로 말하거나 쓰는 능력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학습자에게 왜곡된 목표를 심어줍니다. 영어로 말하거나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잘 푸는 법’을 배워야 고득점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 원어민에게도 익숙한 회화적 표현보다는 논문식 구조와 비문학적 지문이 반복되며, 실제로는 의미 전달보다 문법과 어휘에 과도하게 집중된 문항들이 출제됩니다.
결과적으로, 수능 영어는 학생들이 실제로 영어를 잘 쓰거나 말하는 능력과는 무관한 시험으로 인식되고, 원어민조차도 그 평가 기준과 채점 기준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시험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영어 교육 전체에 심각한 신호이며, 언어 본연의 역할과 교육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합니다.
수능 영어는 원어민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문장 구조, 의도 유도형 문제 구성, 실제 소통 능력과 동떨어진 평가 방식이라는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시험의 난이도 문제가 아니라, 한국 영어 교육의 방향성과 평가 방식이 실용 영어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영어 실력을 진정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시험을 위한 영어’가 아니라 ‘소통을 위한 영어’로 교육과 평가의 틀이 바뀌어야 합니다.